소소한 일상

그땐 몰랐습니다

PhilosQ 2018. 2. 20. 00:49

그땐 몰랐습니다.


TVN에서 영화 마스터를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6살 아들녀석이 그걸 보더니

불같이 화를 내며 저에게 따져 묻습니다.

"아빠!!! 내가 보는 만화는 폭력적이라고 

못보게 하고선 이건 더 폭력적이잖아.

그런데 아빠는 왜봐!!!!

당장 TV꺼!!!"

이러는데 할말이 없었습니다.

너무 보고 싶은 영화였고

재밌게 잘 보고 있었는데

좀 더 보기 위해선 아들을 설득해야 했지만

막상 설득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안해 아들" 하며

사과하고 TV를 껐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아들녀석이 싸우는 만화를 보고나면

친구들과 싸움이 잦아지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때리고 싸우는 건 나쁜거야"라고 가르치며

그런류의 만화를 못 보게 했습니다.


그 학습의 효과가 저에게 미칠줄이야 ㅜㅜ


아들에게 사과를 한 후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아들에게는 나쁜거라고 말하고

나 스스로는

성인이니까

아빠니까

내가 보는건 폭력물이 아니라 액션물이니까 하며

이딴식의 이중잣대를 

적용했던건 아닌지 ㅜㅜ


아이들은 못보게 하며

어른들은 늘 그런 액션물을 보는 모습이

아이들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졌을지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땐 정말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