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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그땐 몰랐습니다

by PhilosQ 2018. 2. 20.

그땐 몰랐습니다.


TVN에서 영화 마스터를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6살 아들녀석이 그걸 보더니

불같이 화를 내며 저에게 따져 묻습니다.

"아빠!!! 내가 보는 만화는 폭력적이라고 

못보게 하고선 이건 더 폭력적이잖아.

그런데 아빠는 왜봐!!!!

당장 TV꺼!!!"

이러는데 할말이 없었습니다.

너무 보고 싶은 영화였고

재밌게 잘 보고 있었는데

좀 더 보기 위해선 아들을 설득해야 했지만

막상 설득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안해 아들" 하며

사과하고 TV를 껐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아들녀석이 싸우는 만화를 보고나면

친구들과 싸움이 잦아지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때리고 싸우는 건 나쁜거야"라고 가르치며

그런류의 만화를 못 보게 했습니다.


그 학습의 효과가 저에게 미칠줄이야 ㅜㅜ


아들에게 사과를 한 후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아들에게는 나쁜거라고 말하고

나 스스로는

성인이니까

아빠니까

내가 보는건 폭력물이 아니라 액션물이니까 하며

이딴식의 이중잣대를 

적용했던건 아닌지 ㅜㅜ


아이들은 못보게 하며

어른들은 늘 그런 액션물을 보는 모습이

아이들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졌을지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땐 정말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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