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체에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갔다. 같이 간 어른들의 안부가 궁금해서 전화를 했더니 오라고 한다. 가려고 준비를 하던 중 문자가 왔다. "온 김에 애들하고 놀아주게 물놀이 복장을 챙겨와"라고. 순간 고민이 됐다. 피곤한데 거길가서 놀아줘야 하나?
만약 그 때 온 문자내용이 "여기 물이 너무 좋네요. 와서 같이 놉시다"라고 했더라면.
앞의 먼저 온 문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놀이는 할 수 있지만 아이들과 놀아주기는 곤란할 수도 있고 물놀이 자체가 싫어 그늘 밑에서 쉬려고 가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앞의 문자는 그런 여지를 주지 않는다. 또한 물가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다보면 혹시 다치지는 않을까하는 안전문제까지 걱정이되며 책임감에 부담이 더 해진다. 놀이가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뒤에 온 문자는 사뭇 다르다. 물놀이를 거절하고 그늘 밑에서 쉴 수도 있고, 물놀이를 즐기며 그 곳에 함께 있는 아이들과 장난 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놀이를 책임감을 가지고 일처럼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놀이로써 즐길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문자를 보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필요한 일이 성취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의 입장이 더욱 고려되었기에 문자를 그렇게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며 같은 상황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고자 했더라면 앞의 문자와 같이 보내면 안되는 것 아닌가. 설령 뒤의 문자처럼 보냈서 물놀이를 거부하고 그늘에서 쉬는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그사람의 의견이 그러하기 때문에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배려 없는 말은 상대방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서로를 불편하게 만든다. 나의 목적을 위한 일방적인 말들은 듣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이다.
과연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있는가. 일방적인 말들인가. 아니면 배려하는 말들인가.